드라마 or 영화

부부의세계 12회 리뷰,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무너진 이유 (불륜 혹은 계략)

두영~it 2020. 5. 3. 21:13

어제 부부의세계 12화에서 제가 기대했던 시원한 전개는 이태오가 망가지는 모습이었는데 아직은 아니었어요.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알기 쉽게 보여주는 드라마는 절대 아니지만 질주하는 감정의 파고를 힘 있게 담아내면서도 관계의 본질도 집요하게 담아낼 전망이라고 말했던 모완일 감독의 말처럼 고차원적인 감정을 보여주는 부분이 대단한 것 같아요. 

 

부부라는 건 이렇다고 딱 정의 내릴 수 없는 인간관계라는 걸 너무나 잘 보여준 12화였는데요. 부부의세계 11회에서는 박인규를 죽인 범인이 누군지 살인범 찾기에 반응이 뜨거웠다면 12회에서는 마지막 엔딩 장면 때문에 의견들이 또 뜨겁습니다. 2일 방송된 부부의세계 12회 시청률은 전국 24.3%, 수도권 26.7%(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했다죠. JTBC 역대 드라마 시청률뿐만 아니라 비지상파 최고 시청률까지 또다시 갈아치웠다고 해요.

 

 

부부의세계 12회 리뷰,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무너진 이유1
부부의세계 12회 리뷰,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무너진 이유2

박인규의 죽음으로 민현서가 유독 불안해했었고 힘들어했었고(어쩜 당연한 것이겠지만요.) 의심 갈 만한 행동들을 많이 해서 민현서가 범인이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었는데요. 현서가 했던 행동들이 12회를 보니 이해가 조금 되더라고요.

 

지선우가 이태오의 알리바이가 되어준다고 했을 때도 민현서의 표정은 유난히 슬퍼 보였죠. 물론 민현서 본인이 직접 지선우에게 이태오의 반지를 건네줬던 걸 지선우가 본인이 이태오의 차에서 발견한 것 처럼 경찰에게 반지를 주며 거짓 자백을 하며 알리바이를 말했던 것 자체가 화가 나기도 했겠지만요. 어쩌면 민현서는 본인이 겪었던 관계를 지선우에게 투영해서 바라보는 듯 지선우가 이태오를 감싸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던 거 같아요.

 

 

부부의세계 12회 리뷰,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무너진 이유3

민현서는 본인이 헤어지자고 해서 그래서 인규가 죽은 거라고 힘들어했고, 지선우는 죄책감 느낌 필요 없다고 박인규 스스로가 선택한 거라고 위로하죠. 

 

그렇지만 현서는 오히려 지선우를 걱정합니다. 인규한테서 못 벗어난 이유는 나쁜 새끼고 최악이었지만 불쌍해서 버리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말하며, 어제 경찰서에서 선생님 눈빛이 본인이 그 자식 덮어주고 감싸 줬을 때처럼 이태오한테 그러고 있었다고 조심하라고 합니다.

 

선생님도 나처럼 되지 말란 법 없지 않냐고 하면서요. (부부의세계 원작 결말에서 이태오는 자살시도를 하죠.. 슬프지만 이 부분이 그 내용을 예고하는 장면 같기도 해요.) 부부의세계가 원작보다는 조금 더 디테일하지만, 큰 틀에서는 벗어나지 않는 느낌이 들긴 해서요.

 

 

부부의세계 12회 리뷰,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무너진 이유4
부부의세계 12회 리뷰,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무너진 이유5
부부의세계 12회 리뷰,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무너진 이유6

지선우는 갑자기 준영이의 짐을 싸고 이태오에게 메시지를 보내죠. 그 시간이 금요일 밤 10시 20분입니다. 평소 지선우는 이태오가 자신의 집에 들어오는 것조차 혐오했었던 사람이었는데요. 마음의 변화가 있었던 것 같죠.

 

정말 준영이를 위해서 아빠에게 보내기로 마음의 결정을 한 것일 거예요. (어떤 계략이 있어서 작정하고 이태오에게 늦은 시간 문자를 보낸 건 아닌 것처럼 보였어요.) 지선우가 고예림과 와인을 마실 때 준영이가 아빠네 가족과 백화점에서 옷을 고르는 모습을 보고 진짜 가족 같았다고 내가 못해주는 부분이라고 말했던 걸로 봐선요.

 

 

부부의세계 12회 리뷰,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무너진 이유7
부부의세계 12회 리뷰,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무너진 이유8
부부의세계 12회 리뷰,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무너진 이유9

김희애 배우님은 ‘부부의세계’ 기자간담회에서 “각 캐릭터마다 감정과 흐름에도 베스트가 있다. 지선우에게는 12회의 스토리가 휘몰아치는 전개의 절정이고 위기이기도 하다”라고 밝힌 바 있는데요. 바로 이 마지막 엔딩 장면을 두고 말씀하신 듯하죠.

 

여다경과의 사랑으로 지선우와의 신뢰를 무참히 박살 낸 이태오는 이제 와서 지선우에게 "당신한테 결혼, 사랑은 뭐였느냐" 고 묻죠. 그 풍파를 겪은 지선우는 "나한테 결혼은 착각이었다. 내 울타리, 안정적인 삶의 기반, 누구도 깰 수 없는 온전한 내 것이라고 믿었다. 사랑은 착각의 시작이자 상처의 끝이었다"라고 답합니다.

 

 

부부의세계 12회 리뷰,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무너진 이유10
부부의세계 12회 리뷰,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무너진 이유11

이태오는 지선우에게 "사랑이 결혼이 되는 순간 평범해졌다고 하면 너도 진심을 말해줄 거냐", "내가 돌아와 주길 기다렸던 것 아니냐! 사실은 지금도 나를 안고 싶지 않냐!"라고 말하죠. 

 

이태오가 자꾸 말도 안 되게 우리가 이혼하지 않고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질문을 하며 그녀에게 지난날에 대한 그리움을 떠올리게도 해요. 그동안 씩씩하게 잘 버텨왔던 지선우였지만 그녀도 2년 동안 아픔을 지닌 채 살아왔기 때문에 그 감정이 터져 나왔을 겁니다. 자꾸 이태오는 지선우가 그때 바람을 묵인해줬더라면 하는 둥 책임을 지선우에게 미뤘지만 지선우는 당시에 이태오가 사실대로만 말해줬으면 넘어가려고 했었거든요.

 

 

부부의세계 12회 리뷰,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무너진 이유12

이태오가 그런 지선우의 선택에 대한 후회라던가 자신에 대한 그리움 등을 물어보니 지선우로선 복잡한 마음이었을 것이고, 2년 동안 힘들었던 모습이 떠올라 슬펐을 수도 있어요. 게다가 지선우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준영이조차 자신의 손에서 떠나가려고 하니 슬픔 지수가 최고조로 향했던 것이죠.

 

지선우는 술을 마신 상태기 때문에 평소보다 감성적으로 변했을 겁니다. 지난 행복했던 웨딩 촬영 시절 때의 비디오를 다시 찾아보던 때처럼 말이죠. 그런 복잡한 감정을 이태오가 끄집어냈기 때문에 지선우는 본인의 감정을 명확히 정의 내리지 못하고 충동적인 감정이었던 것 같아요. 

 

 

부부의세계 12회 리뷰, 지선우가 이태오에게 무너진 이유13

이태오도 지선우를 만나기 전에 함께 있던 손제혁에게서 "익숙한 게 없어지니까 그 익숙했던 게 사랑이었다"라고 언급했던 말이 마음에 와 닿았을 수도 있고요. 그 익숙함 속에서 과거 두 사람이 10년을 넘게 함께 생활했던 공간에서 그냥 그 순간의 감정에 충실했다는 느낌이 들긴 해요. 하지만 또 다른 불륜의 시작이죠.

 

닥터포스터 시즌2에서도 중후반부 젬마와 사이먼이 선을 넘어버리는 장면이 연출됩니다. 하지만 그 장면의 감정선은 부부의세계와는 확연히 다르죠. 부부의세계 지선우와 닥터포스터의 젬마는 부부의세계 7화와 닥터포스터 시즌2 1화부터는 완전히 다른 인물로 봐야하는데요.

지선우는 이태오와 그의 가정을 파괴할 생각까지는 없지만 젬마의 경우엔 지선우와는 달리 적극적으로 전 남편 사이먼과 그의 새 가정을 파괴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요. 

 

주변인들은 좀 더 객관적으로 말하죠. 고예림이 본 지선우는 “힘들게 붙잡고 있는” 미련이었고, 손제혁이 본 이태오는 한순간의 배신이 남긴 후회였다고 말합니다.

박인규가 불쌍해서 관계를 끊어내지 못했던 민현서는 이태오를 감싸준 지선우에게서 제 모습을 봤어요. 설명숙의 말처럼 온통 미워하는 마음뿐이어서 다른 사람 들어갈 자리는 없었던 지선우와 이태오의 관계는 작은 불씨 하나가 던져지자 거센 불길로 번졌고, 그 불길이 두 사람을 끝까지 태우고 허무한 재만 남기게 될지, 관계 전환의 기로에서 두 사람의 운명이 어떻게 될지 궁금합니다.

 

 

[13회 예고] 정말, 나 없이도 잘 키울 자신 있어? 〈부부의 세계(the world of the marri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