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or 영화

영화 더 테이블 스토리와 해석(정유미,임수정, 한예리,정은채)

두영~it 2019. 8. 12. 10:34

영화 더 테이블은 김종관 감독의 2016년 개봉작으로 출연배우들이 다 좋아서..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봤던 영화였습니다.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이 각각 주인공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영화인데요.

 

영화 더 테이블 스토리와 해석

어느 카페의 한 테이블에서 하루 동안 머물다 가는, 네 가지의 에피소드를 담은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조금은 지루할 수도 있고, 또 그 속에 담겨있는 이야기를 모르고 보면,  좀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할 것 같은데요. 연기하는 배우들의 화려하지 않은 섬세한 감정연기가 좋아서 독특한 분위기가 느껴졌던 영화입니다.

 

영화 더 테이블 스토리와 해석 (정유미)

영화 더 테이블 첫 번째, 에피소드
정유미-유진 역, 정준원- 창석 역

맥주와 커피. 이렇게 이 둘의 대화는 처음부터 어긋나 있는 느낌입니다. 두 사람의 다른 마음을 맥주와 커피가 대변하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여배우로 성공한 유진과 전 애인이었던 창석, 오랜만에 마주한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난 시간만큼 서로 많이 달라져 있어요.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함께 하고 있지만 그들의 대화는 어긋나기만 합니다. 유진은 아마도..  전 연인이었던 창석의 다정하고 착했던 모습만을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창석의 연락에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나왔는데요.

 

하지만 창석은 그런 유진에게 증권가 찌라시에서 들은 루머가 사실인지 확인하고, 전에 사귀던 사이를 믿지 않는 직장동료에게 증명하기 위해 나온 자리... 창석은 직장 동료에게 자랑할 인증샷을 찍기 위해,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어요..

 

유진은 창석에게 실망하고,  눈치 없는 창석과는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은 느낌이지만, 창석은 여전히 눈치가 없어요. 유진은 자신이 한심한 듯, 다시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쓰고 여배우의 모습으로 돌아가는데요. 유진이 가야 한다고 하자 창석은 아쉽다..라고 말해요. 유진도.. 나도 그래... 라며 혼자만의 작별 인사를 하며 첫 번째 에피소드는 끝이 납니다.

 

영화 더 테이블 스토리와 해석(정은채)

영화 더 테이블 두 번째, 에피소드
정은채-경진 역, 전성우-민호 역

민호와 경진은 딱 세 번 만났지만, 이미 진도가 끝까지 나간 애매한 사이인듯해요. 민호는 그런 경진에게 여행을 다녀온다는 말만 한 뒤 4개월이나 지나서야 한국에 돌아왔는데요. 이 두 사람은 4개월 만에 다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연인이라기엔 서로 존댓말을 쓰며 조금은 딱딱한 분위기, 하지만 남이라고 하기에는 서로에게 향하는 눈빛과 말투에서 많은 감정이 느껴집니다. 지난 4개월간 민호는 여행한 인도와 유럽의 이야기를 하고, 경진은 원래 꿈꾸던 음식 잡지 회사로 이직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지만, 대화는 뭔가 중요한 게 빠져있고 계속 겉돌고 있어요.

 

4개월 전 경진의 집에 놓고 간 시계를 지금까지 챙겨놨다가 돌려주는 마음.. 이미 두 사람의 마음은 서로를 향하고 있지만 서로 조심스러워요. 내 진심을 전하는데 있어서 서로를 너무 배려하는 느낌

 

사실 민호는 회사에서 잘리고, 자신을 추스르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고, 경제적으로 수입이 없는 불확실한 현실에서 경진에게 기다려달라 말할 용기가 없었던 거 같아요. 경진은 단 세 번 만났고,  만날 때마다 깊은 관계였지만, 애매하기만 했던  관계 속에서 기다리겠다는 말도 하지 못했던 것 같고요.

 

체코에서 경진을 생각하며 샀다고 말하고 직접 채워주는 시계. 매일 한 번씩 태엽을 감아줘야 하는 시계는 매일같이 한 번도 잊지 않고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이었어요.

 

주문했던 생크림 초콜릿 케이크는 먹지 않았지만, 아마 이 두 사람의 달달한 해피엔딩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요. 서로의 진심을 숨기고 대화를 시작했지만, 차츰 서로의 진심을 알아가며 마음을 열게 되는 두 번째 에피소드였습니다.

 

영화 더 테이블 스토리와 해석(한예리)

영화 더 테이블 세 번째, 에피소드
한예리-은희 역, 김혜옥-숙희 역

혼인 빙자 사기를 하던 은희, 그리고 그런 은희를 도와서 엄마 역할을 할 숙희, 그들의 대화는 거짓으로 시작해요. 상견례 자리를 위한 가짜 엄마 대행, 결혼식 하객 대행, 그들은 익숙한 듯 거짓의 대화를 이어하고 대화는 막힘없이 거짓으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은희는 이번 결혼을 진심으로 하려고 합니다. 가난한 신입사원과 진짜 사랑에 빠진 것이죠.  그런 은희를 숙희는 진심으로 축복해줘요. 시간이 지나면서 거짓의 대화는 점차 진실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세 번째 에피소드였어요. 그 과정이 참, 애틋하면서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영화 더 테이블 스토리와 해석(임수정)

영화 더 테이블 네 번째, 에피소드
임수정-혜경 역, 연우진- 운철 역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있는 혜경, 늦은 시간에 살짝 술에 취한 혜경은 헤어졌던 연인 운철을 찾아와요. 결혼 전까지 자기와 바람을 피우자고 제안하는 혜경의 말에 옛 연인 운철은 당황하면서도 흔들리는데요.

 

그들의 대화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정하지만 너무나도 솔직해요. 운철은 아직까지도 혜경을 잊지 못하고 있지만, 결혼 전까지 바람이 피자는 혜경의 제안은 거절하게 됩니다.

 

마음 가는 길과 사람 가는 길은 다르다, 라는 대사가 왠지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김종관 감독은 이 영화를 제작할 당시 투자자가 없어서 출연한 배우들이 노 개런티로 출연을 했다고 해요. 러닝타임 70분의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영화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여운이 길었던 영화입니다.

 

극 중 커플들의 캐릭터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그들의 대화를 통해서 관객이 마음껏 상상하게끔 한 것이 좋았던 거 같아요.

 

참고로 영화 처음부터 쭉 테이블에 놓여 있었던 저 하얀 꽃은 미니 델피늄이라는 꽃인데 꽃말이 참 다양하더라고요.

당신은 왜 나를 싫어할까요.
쉽게 변하다.
내 마음을 알아주세요.
당신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이렇게  꽃말을 보고 있자니 네 번의 에피소드와 비슷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아서 신기했는데요.

첫 번째, 유진-창석의 이야기 - 내 마음을 알아주세요.(좋은 마음으로 다가갔던 유진의 마음)
두 번째, 경진-민호 이야기 - 당신은 왜 나를 싫어할까요.(서로의 진심을 숨긴 채 서운함을 표현할 때)
세 번째, 은희-숙희 이야기 -  당신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은희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는 숙희의 마음)
네 번째, 혜경-운철 이야기 - 쉽게 변하다... 

 

일부러 이런 장치를 생각하고 저 미니 델피늄을 넣은 것인지 단순히 우연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영화 내내 간간이 보였던 카페 주인처럼, 그리고 창밖에 무심히 지나가는 행인들처럼,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있는 바로 우리 이야기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